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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혁 - 변성기

 

아네모네, 봄날의책 6:성동혁 시집, 민음사

 

 

 지날 때가 있다 나무의 이름도

 결국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을 외는 것 같아 묻기를 그만두었지

 이름을 알면 구체적으로 엉망일 때가 있으니까 그게 나무 정도라고만 말하는 게

 산책에선 필요하다

 친구가 옥상으로 튀어 올라간 후

 함부로 일몰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았다

 몬스테라도 플라타너스도 그냥 나무라고 불러야 잠을 잘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나무를 흔든 바람의 성대를 주워

 첫 시집을 냈었다

 유리 너머

 해는 매일 내리는데

 나만 지났구나

 나만 지났구나

 하다가

 어색해서

 나를 지나는구나

 나를 지나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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