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날 때가 있다 나무의 이름도
결국 처음 보는 사람의 이름을 외는 것 같아 묻기를 그만두었지
이름을 알면 구체적으로 엉망일 때가 있으니까 그게 나무 정도라고만 말하는 게
산책에선 필요하다
친구가 옥상으로 튀어 올라간 후
함부로 일몰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았다
몬스테라도 플라타너스도 그냥 나무라고 불러야 잠을 잘 수 있는 시기가 왔다
나무를 흔든 바람의 성대를 주워
첫 시집을 냈었다
유리 너머
해는 매일 내리는데
나만 지났구나
나만 지났구나
하다가
어색해서
나를 지나는구나
나를 지나는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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