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은 맛있을까
나의 뒤가
나의 앞으로 나오는 신발 소리 들립니다
난처합니다
앞을 잃어버린 곳에 서서
안경알을 닦아요
비행기는 잡힐까봐 하얗게 날아서 가고
우르르 뒤로 밀리는 먹먹한 발목
그들이 나를 지났습니다
이 아득한 눈발 그치지 않는데
나의 가득 붉어진 꽃모가지를 분지르며
나를 한 장씩 한 장씩 제치며 가요
우리는 여전히 동물일까요
밤새도록 잎을 먹어치우는 짐승
뒤를 뒤집으면 나도 짐승의 입으로 보여요
타인의 모든 기억을 추월하는 그
그들은 한 오십 리쯤 뒤에다
그림자처럼 나를 놓고 가요
어떤 배고픔이 있었을까요
누구의 후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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