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뜨는 무지개만 여러 번 보았다
무지개가 죽는 건 본 적이 없다
무지개는 죽을 때 어디다 색깔을 버릴까
적어도 일곱 가지 이상의 감정을 죄다 지우고
회칠한 듯한 흰 손 들고
어디 가서 몰락할까
죽는 순간
하얀 홑이불 한 겹 뒤집어쓰고
뭉게뭉게 떠돌다
모네의 그림 상단에서 멈췄을까
쓰라린 파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2
사람들이 너무 매워서
어떤 감정이 너무 쓰라려서
텃밭에서 파를 뽑아내려 했을 때
들렸다
파에서 올라오는 새파란 파의 목소리
힘센 남자에게 단번에 격렬하게 뽑히고 싶어
그가 나를 뽑을 때
내가 뽑힐 때
울면서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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