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문자 - 파밭

 

파의 목소리:최문자 시집, 문학동네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시집, 민음사 사과 사이사이 새:최문자 시집, 민음사 최문자 시세계의 지평, 푸른사상

 

 

 1

 뜨는 무지개만 여러 번 보았다

 무지개가 죽는 건 본 적이 없다

 무지개는 죽을 때 어디다 색깔을 버릴까

 적어도 일곱 가지 이상의 감정을 죄다 지우고

 회칠한 듯한 흰 손 들고

 어디 가서 몰락할까

 죽는 순간

 하얀 홑이불 한 겹 뒤집어쓰고

 뭉게뭉게 떠돌다

 모네의 그림 상단에서 멈췄을까

 쓰라린 파밭을 내려다보고 있다

 

 2

 사람들이 너무 매워서

 어떤 감정이 너무 쓰라려서

 텃밭에서 파를 뽑아내려 했을 때

 들렸다

 파에서 올라오는 새파란 파의 목소리

 

 힘센 남자에게 단번에 격렬하게 뽑히고 싶어

 

 그가 나를 뽑을 때

 내가 뽑힐 때

 

 울면서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문자 - 탈피  (0) 2021.01.10
최문자 - 구름 애인  (0) 2021.01.10
최문자 - 어머니  (0) 2021.01.10
최문자 - 얼룩말 감정  (0) 2021.01.10
최문자 - 유목성  (0) 2021.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