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지막 상상은 유목민의 아내가 되는 것
아무 절망 없이 게르를 허물고
아무 희망 없이 천막을 다시 치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 곁을 자박자박 걸어 다니면 저절로 시가 써지는 아내
벽이 없어서 눈물이 되지 않고
제목이 없어 헐렁헐렁한 그곳
단추가 생략된 옷을 입은 아내는
양고기를 굽고 하얀 만두를 빚으며 흰 꽃처럼 점점 무성해진다
눈물을 가리던 고독한 우산도 쓰지 않는다
잠시 잠깐
신에게 그곳 땅을 조금 빌려 사는
들짐승의 털이 날리는 유목민의 아내
오래전
몽골 톨 강 지류를 말을 타고 건넜다
떠내려오는 나무에 물길이 없어지자
벙어리 유목민이 나를 팽나무 위에 내려놓고 다시 말을 타고 강을 건너갔다
유목민의 이별이란 이렇게 성을 쌓지 않고 부득불 톨 강을 건너고 나무다리 위에서 말을 삼키고 서로 다른 지평을 넘는 것
허공 앞에서 암말들이 젖을 흘리며 새끼를 향해 질주했다
좀처럼 어떤 이별도 되지 않는 곳
이별 후에도 여전히 보여지는 곳
이곳의 밤은 떠나는 자의 것이다
뛰어내릴 벼랑이 없는 유목민의 허기를 이해하는 밤
이곳 포유동물들은 사랑을 안심하고 깊이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