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에 가고 싶었다
암모나이트 껍질이 박힌 사하라의 화석을 만져보고 싶었다
멀고 먼 사하라 고생대의 절망으로부터 나의 절망에 이르기까지
흰 털을 가진 양들의 굽슬굽슬한 몽유가 한 조각씩 떨어져 날아들던 무덤 그 하벅지에서 꺼낸 뼈 자국을 만지고 싶었다 짐승들이 몸안의 구름을 들추고 사포 소리가 나는 장기에 귀를 댄 흔적이, 숲을 덮칠 때 필사적으로 달아났던 꽃잎 날린 흔적이, 뱉어낸 뱀의 허물에 가득찼을 모래 흔적이, 사막을 걷다가 올라가야 할 산이 되었다는데
사하라의 대사구 메르즈가는
사하라의 화석을 넣어두는 곳
질식한 미물들이 몸부림치던 시간을 넣어두는 곳
메르즈가의 아랫도리를 아직도 모래바람이 깎아대는 것은 바다였던 고생대로 가고 싶다는 것 모래가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싶다는 것
나에게서 모래바람이 부는 줄 몰랐다 나의 시까지 메르즈가가 되려고 조금씩 푸른 바다를 메우는지 몰랐다 한밤중 벌떡 일어나 모래를 탈탈 털었다 모래의 어둠에서 뜨거운 돌비늘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핏속에서 모래가 깜빡거린다 서둘러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야 한다
올겨울쯤 모로코로 갈 수 있다면
사하라 돌산에 떨어진 물고기 모양의 화석을 만져보고 싶다
화석을 공처럼 발로 차며 노는 베르베르족 유목민 자식처럼
이쯤 여기저기 선인장을 심고
전갈을 불러야 할까 낙타도 불러야 할까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모래의 질문엔 모래의 말투로 대답해야 할까
사하라의 모래가 물고기 무늬가 되어 글썽일 때
그 상처를 만지며 같이 울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