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를 사랑했다
짐승 안에 들어 있는 구름 같은 남자
짐승에게 구름 같은 게 있을까 싶지만
뒤집으면 구름이 펄럭거렸다
짐승이 뭉게뭉게 달아나던 미루나무 끝가지
까맣게 멀리서 소낙비가 오고 있었다
구름이 바늘처럼 따갑게 쏟아졌다
구름을 만지고 싶어서
어쩌다 한 마리 짐승을 사랑했다
구름 같은 짐승
설산에 가끔 출몰한다는
털이 따가운 짐승
짐승에게 눈물 같은 게 있을까 싶지만
뒤집어보면
짐승의 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젖은 몸으로 설산을 기어오르는
반투명 구름의 기쁨
자작나무 숲에
구름 같은 짐승이 살았다
따가운 사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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