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계단에 앉아 있었다
오랫동안 빛에 휘둘린 얼굴이었다
무덤덤한 마음 안쪽에서
찢긴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돌보지 않고 끌고 온
썩은 나무토막 같은 것
매일 모르고 살겠다고 결정하였다
결정을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그러면 믿게 된다
검은 연기를 가둔 창문에겐
연기를 내뿜는 것과 연기를 견뎌내는 것
무엇이 더 마음 편할까
혼자 있을 때의 표정을 들킨 줄도 모르고
얼굴을 통과하지 못하는 대답들을 늘어놓고서
트럭과 사과
비틀리고 뒤집히고 모른 체한다
전부를 알았다 해도
문 앞에 누운 개는 흰 눈을 뜨고 있다
앵무새의 창은 앵무새에게로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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