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미옥 - 꽃병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네 손에서 꽃병이 깨진다 흰 꽃병이다

 그네는 흔들린다 지진 없이

 먼 곳에서 그을음이 흘러왔다

 그을음이 벽을 가뒀다

 집이 벽에 갇혔다 불난 곳 없이

 벽에서 벽으로 번져가는 검정

 긁으면 긁히는 마음처럼

 안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에 마음을 두었다

 투명함 속에 투명함이 있듯이

 흔들린다는 것의 힘을 믿었다

 그네에는 줄이 있고 줄에는 기둥이 있다

 겁먹은 표정들

 두려워 떠는 손등 위에도

 

 깨진 꽃병을 달라고 했는데

 너는 줄 수 없다고 했다

 꽃병이 깨져서 줄 수 없다고

 두 손을 돌 속에 감췄다

 필요한 것을 원하는 마음을 갖게 될 때까지

 바람이 솟구치고

 흙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나는 오랫동안 서서 기다린다

 나의 깨진 꽃병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미옥 - 정전  (0) 2021.01.08
안미옥 - 꽃병  (0) 2021.01.08
안미옥 - 가까운 사람  (0) 2021.01.07
안미옥 - 정결  (0) 2021.01.07
안미옥 - 천국 2  (0)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