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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 천국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같은 곳을 맴돌고 있으면 이곳에 남지 않는 법을 모르게 된다. 숲이 숲을 닫았다. 나무가 열매를 닫았다. 이 집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큰불을 기다려. 멀리 있는 사람들도 돌아볼 수 있는 모든 것이. 순식간에. 그런 말들을 기다려. 말 속에 숨어 있는 빛나는 눈을 기다려. 가라앉는 재. 부서지는 마음을.

 

 너는 아직 돌아가지 못했다. 쏟아지는 물 안에 남아 있다. 이 집은 누가 지은 집인가. 거꾸로 펼쳐진 설계도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닫혀 있는 구름. 닫혀 있는 소문. 빗장을 열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아직 보지 못한 것은 아직 보지 못한 것으로 남아. 꿈속에 있던 사람들은 자주 잊혔다. 손바닥 안에는 잘린 빗금. 누가 알 수 있을까. 돌아보는 마음 같은 것. 고여 있는 물. 빗방울.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고 있다.

 

 네가 말해주는 것 같다.

 

 상상해보지 않았던 장소에 발을 디딜 때. 너는 웃을까. 울게 될까. 이 집만이 네 집은 아니다. 천국은 여기에. 아주 멀리에. 쏟아질 때. 내가 쏟아지고 있을 때. 안아주는 가슴. 안아주는 팔. 차가운 흰 빛. 그렇게 사람들을 보고 있다.

 

 여기에서. 몰래 갖게 되는 마음이 있듯이. 살아 있는 꽃. 너는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살아 있다. 차고 흰 빛처럼 뿌리가 뿌리를 뻗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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