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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 적재량

 

온:안미옥 시집, 창비 힌트 없음:안미옥 시집, 현대문학 지정석(2019 제64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 : 개와 함께한 시간에 대하여 아침달 댕댕이 시집

 

 

 옆방엔 신을 모신다는 사람이 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다

 나는 손님이 되어본 적 없고

 

 꼬리가 휘어진 채 도망가는 고양이를 본다

 너는 평생 이렇게 살게 될 거다

 벽을 타고 건너오는 것들

 얼굴을 만지면 얼굴이 만져진다

 

 내가 키우던 고양이는

 고양이 너머로 간다

 

 모르는 사람의 과거를 본다는 사람

 죄를 쥔 손을 등 뒤에 감추고

 웃고 있는 사람

 

 붉은 기운이 가득한 방 안에서

 시간이 끊어져버린 걸 모르고 있다

 

 얼굴 위로 얇은 이불을 덮으면

 나는 조금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귀를 흔드는 물소리

 

 이 집에는 아픈 사람이 있다

 아픈 사람이 있는 집 아이는 슬픈 표정을 숨길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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