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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 - 여주

 

[민음사] 작가의 탄생 유진목 시집 [민음의 시 275 양장 ] 연애의 책, 삼인 식물원, 아침달 시인 목소리, 북노마드 산책과 연애, 시간의흐름

 

 

 녹색 커튼이 무겁게 드리워져 있어

 창밖은 볼 수 없고

 

 여기는 오래된 집이야

 

 그늘에서 입을 맞추면

 돌연 살갗이 일어서는

 

 욕실 바닥의 물때를 지울 때

 

 당신은 천천히 늙어야 해

 

 생각하면 언제나 아름다웠어

 

 젖은 거울을 손으로 쓸면

 거기서 나는 여름이었고

 

 여주는 열린다

 그의 얼굴은 잘 알고 있지만

 내 얼굴은 거의 모르고 있다

 

 이렇게 씨를 없애면

 부드러운 맛이 난다고 해

 

 천장에 든 것은 그대로 먹으면 되고

 맨 아래 술병에도 남은 술이 있어

 

 젖은 발로 당신은 부엌에 들어왔던 것 같아

 

 이걸 다 어떻게 아는지

 

 모르지

 

 죽어도 좋을 때까지

 당신은 살아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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