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원하 - 조개가 눈을 뜨는 이유 하나 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시집, 문학동네 [달]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마스크제공), 단품 신춘문예 당선시집(2018), 문학세계사

 

 

 틈이란 틈은 전부 찾아다니는

 빛 때문에

 오늘 아침에도 조개가 눈을 뜹니다

 

 조개가 눈을 뜨니

 바다의 관상이 변합니다

 문틈에서 흔히 발견되는 관상입니다

 

 내 마음을 몰라줄 관상입니다

 관상대로 움직일 관상입니다

 어떤 투정도 순화시켜 받아들일 관상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을

 그런 관상입니다

 그러니 내 진심을 모르지요

 

 별거 아닌 일로 바뀔 관상이기도 합니다

 

 밤이 오면 사라지는 빛 때문에

 조개는 눈을 감을 테고, 자연스레

 바다의 관상도 다시 변할 겁니다

 

 눈을 감으니 굉장히 순한 관상입니다

 이목구비를 바꿔놓아도 눈치 못 챌

 그런 관상입니다

 

 슬쩍

 바꿔봅니다

 

 바꾸면서 어깨도 건드려보고

 몰래 손도 잡아봅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근 - 뱀소년의 외출  (0) 2020.12.30
김근 - 사랑  (0) 2020.12.30
이원하 - 물잔에 고인 물  (0) 2020.12.26
이원하 - 입에 담지 못한 손은 꿈에나 담아야 해요  (0) 2020.12.25
이원하 - 하늘에 갇힌 하늘  (0) 2020.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