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녹이기 위해 창문을 닫으니
잘 살아보라는 것처럼
뜨거운 기운이 속을 드러냅니다
나는 가뿐해진 몸으로
개 대신 기르는 신경초를 건드립니다
건드리니 신경초의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내 손이 아직 차가운가봅니다
몸을 제대로 녹이기엔 난방이 좋지만
가스통은 회색이라 아껴야 합니다
속을 알 수 없으니 일단 아껴야 합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게 사람을 닮았습니다
닮았다니까 좋은가요?
움직이는 신경초가 얼마나 예민하게요
대답해줄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눈이 내려도
밖으로 나와볼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무너지듯 주저앉아 울 수 있는
의자를 하나 살까요
사람 때문에 무너져본 적 없는
잘 살던 의자를요
아니다, 앞으로 자주 울지 않을 거니까
아무 의자나 살까요
고민이네요
자고 일어나서 다시 생각할까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하 - 말보단 시간이 많았던 허수아비 (0) | 2020.12.25 |
---|---|
이원하 - 코스모스가 회복을 위해 손을 터는 가을 (0) | 2020.12.25 |
이원하 - 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0) | 2020.12.24 |
이원하 - 동경은 편지조차 할 줄 모르고 (0) | 2020.12.24 |
이원하 - 바다를 통해 말을 전하면 거품만 전해지겠지 (0) | 202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