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흙먼지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채석장이다. 몸 안의 먼지가 깨져 나가는 돌처럼 자꾸 밭은 숨을 만들어 낸다. 재단사 짓을 그만두고 노래를 부르러 온 시골 청년, 기생충처럼 내 월급에 붙어살던 애인, 때기름 흐르던 4차선 곁의 잣나무, 면회 가면 시국사범 친구는 이빨 세운 짐승 흉내 따위는 버리고 늘 견디기 좋다고만 말했다. 물컵 위에 올려 둔 양파가 이제 곧 제크의 콩나무처럼 뚱뚱하고 우스워질 거야, 주머니 속에서 돌가루가 한 움큼씩 쏟아져 나오고 땀내 나도록 듣던 하드록은 뚱뚱하지도 우스워지지도 않았다. 빛이 먼지처럼 날아오른다. 화물 트럭 가까이 떠오르던 먼지들은 아직 젊고 아프다. 스톱버튼을 누르며 단조롭게 시끄러워,라고 말하고 애인이 녹음테이프를 꺼낸다. 질주하던 하이웨이 스타의 고속도로도 거기서 끝. 한 번쯤 견해 차이라는 걸로 드러머와 다퉈 볼 수 있거나 혹은 하루 종일 볕 아래 앉아 꼬물거리는 깨벌레들을 들깨알 사이에서 솎아 내고 싶었다. 뜨거운 먼지 속에서는 시골 청년의 긴 머리가 고음으로 날아가고, 현관에 벗어 놓은 짝이 다른 운동화가 평등한 세상보다 더 평등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연호 - 충혼탑에의 기억 (0) | 2020.12.21 |
---|---|
조연호 - 몇 개의 길 (0) | 2020.12.21 |
조연호 - 해피엔딩 (0) | 2020.12.21 |
조연호 - 금요일의 자매들 (0) | 2020.12.21 |
조연호 - 매립지 (0) | 2020.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