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에서는 바퀴벌레와 뒤집힌 손들이 살고 있었다. 냉암소에서는 차바퀴와 더러운 장갑들이 살고 있었다. 냉암소에서 유료화장실을 지나쳐 비료공장 왼편으로 돌아가면 온실과 만날 수 있다. 공중화장실의 냄새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누가 더 많이 싸 놨는지를 물으며 멱살잡이를 한다. 찬피동물들은 늘 한두 개쯤 따뜻한 바람을 가슴에 담아 두고 사는 법이다. 햄버거를 사 들고 비료공장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들, 좋은 성인용 타이틀이 출시되었으며, 복권 가게에서 한 번쯤 안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바퀴벌레는 따뜻한 곳에, 그러나 인간과 대면하기 꺼려지는 곳에서 늘 살아간다. 곧 하느님이 당신을 심판하러 내려올 겁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후에도 오직 배고픔만이 바퀴벌레를 심판했을 뿐, 바퀴벌레에게는 참회가 없다. 온실에서 웨딩 전문 사진사 데리고, 조명 기사, 메이크업 담당 한두 명 끼워서 멋진 결혼식을 올리자고 남자가 말한다, 그 남자의 여자는 자식 1 2 3을 동시에 쑥쑥 낳았고 아, 삶이 시들하다,고 말하는 버릇이 생긴다. 비료 가루가 묻은 남편의 더러운 장갑을 빨다가 아, 처녀 시절이 그립다,고 말하는 버릇이 생긴다. 바퀴벌레는 바퀴벌레와만 교미했고 뒤집힌 손이 뒤집힌 손을 맞잡았다. 따갑고 염세적인 빚살이다, 단지 손을 놓고 싶은 날이었기에 운전사는 손을 놓았고, 전복된 고속버스 속에서 8명이 사망, 10명이 중상을 입었다. 모두가 해피엔딩이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연호 - 몇 개의 길 (0) | 2020.12.21 |
---|---|
조연호 - Highway Star (0) | 2020.12.21 |
조연호 - 금요일의 자매들 (0) | 2020.12.21 |
조연호 - 매립지 (0) | 2020.12.21 |
조연호 - 오월 (0) | 2020.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