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혼탑, 나는 하늘 곁을 서성이는 아카시아 나무를 만났다. 그때 세상은 세상 밖으로 오르는 돌계단을 걷고 있었다. 약물중독으로 죽은 지미 헨드릭스를 생각했다. 충혼탑, 궂은 오후에 친구들은 街鬪 나가고 나는 자기 부인을 꼬셔서 도망간 백인 남자를 죽여 버리겠다는 블루지한 내용의 노래를 종일 들었다. 노래를 뒤섞으며 잔디 뿌리가 무릎 곁에 돋았다. 올해도 학비는 못 보낸다, 나는 편지를 구겼다. 화려한 기타를 가진 흑인 기타리스트가 아카시아 가지를 굽힌다. 1970년에 나는 신장염을 앓았고 그는 生의 마지막 해를 살았다. 그는 LSD를 알았고 여자를 배웠다. 그때 나는 가난을 배웠고 어머니를 알았다. 충혼탑, 나는 순순히 내려왔다. 조막손 같은 나무들이 해토머리 무렵을 지나가고 있었다. 탑 곁엔 떠난 새의 둥지가 맑은 바닥의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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