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악몽이 계속되는 것. 악몽을 흔들어 깨우기 위해서는 계속 잠들어야 한다는 것. 눈을 뜨면 낯선 손이 등을 쓰다듬고 있는 것. 생시까지 따라온 것. 얼룩말에 검은색을 칠하는 크레용이 되는 것. 다음에 맞을 차례라는 예감을 만들어내는 것. 낯선 곳에 혼자 있게 되는 것. 엄지와 검지를 쉴 새 없이 부딪치는 것. 폐쇄한 출구를 못 찾는 것. 느닷없이 싱싱한 나무가 되는 상상으로 이동하는 것. 두 손과 두 발을 흔들며 인파 속을 헤치는 것. 모퉁이에서 접히는 시늉을 하는 것. 최종의 구원은 슬픔이라는 고전적 정의를 놓아보는 것. 모닥불을 피우는 스카우트 단원이 되는 것. 도깨비불을 보는 것. 불과 짐승이 만든 그림자에게 울며 비는 것. 조아리는 것. 계속 고아가 되겠다는 맹세를 하며 탈출을 시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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