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매일 달렸다
입을 벌리면 바보 같았고
입을 다물면 진흙이 번졌다
뻘 속에서 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열정적이네요
쇄골까지 들락날락하면서 말이죠
거기까지예요
사람들이 쭉 뻗은 팔에 달린 손바닥을 세우며 말했다
손금을 읽어내라는 테스트를 하듯이 말이다
에스카루고라 포르테리오
너머의 이름을 발음해봐
느슨해진 너의 입술을 움직여서
어깨를 아가미처럼 들썩이며 나는 말했다
매너란 말이죠
손바닥 세우는 동작을 한 번 더 반복하더니
유리문으로 사람들은 말끔하게 사라졌다
나는 너를 놓치고 싶어
주먹으로 눈물을 닦으며 매일 달렸다
그림자가 그토록 말리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리고 몇 생에 육박하는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어떤 언덕 앞에 갑자기 멈추게 되었다
- 사실은 절벽이었다 놀랍게도 봄이었다 -
똑같은 색으로 부들부들 떨고 잇는 내게 네가 말했다
- 절벽 아래로 목이 꺾였고
여전히 먼 곳의 풍경이 보인다는 듯이
이마에 손차양을 드리우고 있었다 -
어제 새로 산 반지야
투명부터 끼워봐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 - 거의 눈이 올 날씨 (0) | 2020.12.12 |
---|---|
이원 - 얼룩말은 불행하다는 관점 (0) | 2020.12.12 |
최문자 - 공유 (0) | 2020.12.09 |
최문자 - 총의 무덤 (0) | 2020.12.09 |
최문자 - 흰 줄 (0) | 2020.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