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끗 보았네
베란다 상자 속에 총 한 자루 있었지
아주 위태로운 자세로
그는 조금씩 총이 필요했을까?
달이 뜨면
달빛이 흘러야 할 곳에 총이 들어가 있었지
달빛 속으로 총은 어떻게 들어갔을까?
총은 날마다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죠
총 끝에 달려 있을 허공
새까만 기운들이
힐끗힐끗 나를 보고 있었죠
총은 끊임없이 총소리를 기다릴 거야
나는 무서운 걸 자꾸 총이라고 깨닫는 사람
저녁엔 베란다를 바라보다 잠들었다
봄에도 꿈속엔 총이 지나갔지
믿었던 총알을 맞고 죽은 마리오 카바라도시가 되는 꿈
토스카처럼 애절하게 울다 두 발이 녹는 꿈
세상에 비극적으로 서 있는 모든 레버들을 당기는 꿈
그는 죽기 사흘 전
기관에 총을 반납하고 왔다
죽은 자는 불쑥 총이 되고
산 자들은 총으로 만든 부목을 대고
무서워서 조금씩 그를 잊었다
달이 뜨면
베란다는 불면이다
끝까지 무서운 일기를 쓰던 총의 손가락들과
이마가 하얀 빈 나무 상자
잠들지 못하고 있다
탕탕탕
쓰러뜨리고 싶은 검은 개들이 그렇게 많았었나?
가끔 텔레비전을 크게 켜 놓고 나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