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몰랐다
알의 영혼에 눈물이 가득한 것
달걀 한 판을 사면 서른 개의 서로 다른 생각들이 눈물과 함께 딸려 왔다
나에게 죽음을 바치는 매우 미끄럽고 깊고 어두운 액체들
누구들의 알일까
어머니가 매일매일 밥 위에 얹어 주던 뭉개진 알의 형식 그 형식을 누가 삶아도 졸여도 새들은 말이 없다
먹은 알들은 나의 어디엔가 서서 또 다른 내가 되고 있었다
눈동자와 날개와 잘린 부리는 죽어서 눈물로 번역되고 이 흘린 눈물로 나는 몇십 년 시를 썼다
나를 열면 알들이 우르르 쏟아질 거야 몇 개의 나는 더 나빠지고 또 다른 몇 개의 알은 바닥에 떨어져 숨 쉬지 않을지 모른다
저녁이면 모르는 척 각자의 이를 닦고 잠드는 집
슬픈 것 같아
그런 집에서 새로 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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