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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 고백성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시집, 민음사 파의 목소리:최문자 시집, 문학동네 사과 사이사이 새:최문자 시집, 민음사 최문자 시세계의 지평, 푸른사상

 

 

 짐승에게도 

 고백의 성분이 있을까?

 아직 비린 덩어리일 텐데

 눈물 없는 데서 고백을 꺼내는 일

 할 수 없으니까 짐승들은 털만 따뜻했다

 

 숲에서

 짐승들이 불현듯 울었지만 고백이 아니다

 몸 안에서도 몸 밖에서도

 실패

 곧 그들은 무심히 드러눕고 나는 서 있다

 

 고백을 참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졌다

 

 고백할 게 많아도

 짐승처럼 지냈다

 고백 없이

 

 누가 불빛을 가려 줘도

 고백하지 못했다

 하얀 것들이 모자라서

 나는 새하얀 것들을 믿는다

 대부분 고백이라서

 

 숲의 하루는 무참히 저물고

 고백이 상하는 동안

 

 고백이 그리운 사람들

 그 어두운 골목에

 우수수 떨어지는

 부스러기

 부스러기들

 뒤집어 본다

 

 고백이 거의 사라진 사람들이 걸어 나온다

 화들짝 놀란다

 고백을 삼킨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짐승의 두 눈을 갖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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