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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 2014년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최문자 시집, 민음사 파의 목소리:최문자 시집, 문학동네 사과 사이사이 새:최문자 시집, 민음사 최문자 시세계의 지평, 푸른사상

 

 

 2013년 다음에 2015년이었으면 좋겠어

 

 오늘도 어김없이 건초 더미 사이로 2014년이 보인다

 

 2014년의 허리는 푹 패여 있다

 죽음의 지푸라기가 날리고

 때때로 깊어진다

 오래된 우물처럼

 

 집에 돌아왔을 때

 남자는 죽어 있었다

 

 삶과 죽음 어느 것이 더 무서운가

 죽음은

 죽자마자 눈을 더 크게 떠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다

 

 남자는 뭉텅뭉텅 사라지는 중이었고

 나는 왼쪽 폐 반을 자르고

 진통제 버튼을 계속 누르다가

 살아나는 게 무서워 함부로 하나님을 불러냈다

 

 매일매일

 

 새까만 풀씨가 날아와

 물에 젖고

 차가운 흰 꽃이 피고

 

 미숙하고 슬픈 기사처럼 함부로 시계 바늘을 돌렸다

 절벽과 산맥을 넘다 밤늦게 돌아와 미래가 적힌 달력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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