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했다
나만 어머니가 맞춰 온 생나무 의자에 앉았다 크고 단단한, 나보다 밝은, 내가 푹푹 빠지던 의자 나만 다르다는 다발성의 고독과 날마다 나오는 이상한 자세를 고치며 반듯한 것이 나의 의자가 될 때까지 나의 의자는 어머니가 가고 싶었던 방향으로 놓여 있었다
반듯한 책상 앞에 앉으려고 사라지고 만나고 결국은 어두웠다
의자에서 깨어날수록 더 어두웠다
나는 얼마만큼의 어둠이 더 필요했을까?
금속성 지퍼가 주욱 잠기며 만드는 안쪽의 어둠처럼
불편함의 목록을 써서 벽에 붙여 놓아도 아무렇지 않은
어둠의 얼굴들이 필요했다
사람이 자기 의자로부터 사라지는 데 드는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다리뼈가 부러지는 생각을 견디는 의자들
숨이 멎어도 산 척하는 의자들
뒤따라오는 모르는 자들의 의자와 섞이는데
밤 산책 길, 한 줌 죽음을 견디는 풀잎처럼 작은 힘으로 오래 걸렸다
그때의 의자
나무들의 눈물로 만들고 울지도 못하게 하던
파고 파고 또 파도 내놓지 않던 어머니의 숨은 흙
죽음은 의자도 없이 굳건해지고
나는 의자에서 자꾸 흙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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