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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 흩어지고 돌아온 것이 고작

 

문학수첩)오늘의 냄새 : 이병철 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10) [새미]원룸속의 시인들 - 새미비평신서 22, 새미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이병철 산문집, 산지니 낚 ; 詩 : 물속에서 건진 말들, 북레시피

 

 

 오랫동안 연인이었던

 뼈가 바닷물로 살을 붙여

 곁에 눕는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단단한 기다림이

 커다란 기계의 부속들처럼

 

 톱니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슬픔

 너는 흩어지다가

 

 남은 것이다

 최후의 신

 신의 최후를 뭐라고 부를까

 

 은밀한 것은 이토록 뻔하고

 분명한 것은 사라지고 없어 

 나는 너를 부서뜨릴까 봐

 

 아름답구나

 울면서 그리워한 것이 고작

 다 흩어지고 돌아온 것이 고작

 

 너는 두드리면 소리가 나고

 손에 쥐면 차갑고 메마르다

 감각 대신 기억으로

 

 살아 있는 사람

 썩지 않는 생일

 꿈속까지 파고드는 숫자들

 

 나는 너를 생략하고

 다른 물체가 될 것이다

 먼 훗날 같은 오늘

 

 네가 돌아와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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