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인이었던
뼈가 바닷물로 살을 붙여
곁에 눕는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단단한 기다림이
커다란 기계의 부속들처럼
톱니 맞물려 돌아가는
정교한 슬픔
너는 흩어지다가
남은 것이다
최후의 신
신의 최후를 뭐라고 부를까
은밀한 것은 이토록 뻔하고
분명한 것은 사라지고 없어
나는 너를 부서뜨릴까 봐
아름답구나
울면서 그리워한 것이 고작
다 흩어지고 돌아온 것이 고작
너는 두드리면 소리가 나고
손에 쥐면 차갑고 메마르다
감각 대신 기억으로
살아 있는 사람
썩지 않는 생일
꿈속까지 파고드는 숫자들
나는 너를 생략하고
다른 물체가 될 것이다
먼 훗날 같은 오늘
네가 돌아와서 기쁘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철 - 겨울바람의 에튀드 (0) | 2020.12.04 |
---|---|
이병철 - 비 개인 저녁의 안부 편지 (0) | 2020.12.04 |
이병철 - 아파서 빛나는 것들 (0) | 2020.12.03 |
이병철 - 일기예보 (0) | 2020.12.03 |
이병철 - 입산금지 (0) | 2020.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