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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 입산금지

 

문학수첩)오늘의 냄새 : 이병철 시집 (시인수첩 시인선 10) [새미]원룸속의 시인들 - 새미비평신서 22, 새미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이병철 산문집, 산지니 낚 ; 詩 : 물속에서 건진 말들, 북레시피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불타고 있었다 나뭇잎마다 붉은 연기가 될 때 냄새로 기어오는 뱀의 기억

 

 숲의 그을음이 살갗에 우툴두툴한 비늘로 돋아났다 뱀 냄새, 코를 막자 혀가 갈라졌고 혀를 삼키자 목젖에 독이 끓었다 계곡으로 기어 올라가는 길은 불타고

 

 낮게 엎드리는 것은 빛나는 발목을 물어뜯기 위함이지만 뾰족한 발에 짓밟히려는 자세야 알록달록한 발톱들이 내 몸에 박혀 징그러운 표정이 되도록

 

 초록이 검정이 되고 검정이 하얗게 부서질 때까지 울었다

 

 불탄 나무들은 전부 뱀이 되었다 나는 뱀과 뱀 사이에서 팅팅 부어오른 시체처럼 폭설을 맞았다 뜨거운 이빨이 식어가는 동안 계곡으로 올라가는 길은 폐쇄되었다 

 

 눈이 녹자 투명한 박제가 된 뱀들이 물소리로 계곡을 흘렀다 물에서도 바람에서도 뱀 냄새가 났다 세상은 곧 불탈 것처럼 바삭거렸다 내 얼굴에는 촘촘한 실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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