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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호 - 초원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홍지호 시집, 문학동네

 

 

 문을 열자 초원이

 보지 못했던 세계가 펼쳐졌다 꿈이었고

 

 꿈이었다 라는 결말은 식상하지 무책임하지

 

 그러나 이것은 결말이 아니라 시작이므로

 슬프지

 꿈이었으므로

 

 아침을 챙겨 먹어야 하지

 잊지 않거나 잊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꿈이었다는 것을

 꿈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의 초원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자라고 있었네

 

 나무만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니었네

 한 그루의 나무에는 여러 개의 가지

 

 여러 가지 마음

 

 사방으로 확장되는 가지의 그림자

 

 우리는 그것을 그늘이라고 불렀다

 

 나는 이제 꿈속의 초원을 그늘이라 부르고

 

 꿈이었으므로

 

 문을 닫고 오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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