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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호 - 캠프화이어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홍지호 시집, 문학동네

 

 

 우리는 모여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이 꺼지면 많은 것들이 흩어지겠고

 우리는 모여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불을 보면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타고 있는 것과 태우고 있는 것

 타면서 날아가버리는 것

 혹은 타고 남은 것

 

 불꽃은 간절해 보였다 대신 울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검은 연기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우리는 불꽃처럼 간절해 보였지만

 하늘로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아무도 울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데

 울지 않는 동생이 있었다

 

 불이 꺼지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있었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나는 타고 남은 것에 대해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모여 있었고

 

 남아 있는 것도

 어쩔 수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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