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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호 - 포기하고 싶다면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홍지호 시집, 문학동네

 

 

 옥상에 올라온 참새를 보고 놀라다가 아 너는 새지 너는 날 수가 있지, 라고 중얼거렸다

 

 살아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 있다

 

 너무 위험하다고 느껴질 때는

 나에게 전화해도 된다고 선생님이 말해줄 때

 고마웠다

 

 삶은 어디에나 있다

 

 삶은 어디에나

 

 삶은 어디에

 

 삶은 어디

 

 삶은

 

 동생이 비둘기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해줄 때

 느꼈던 감격이 때때로 그에게 힘이 되기를 기도했다

 

 하나도 안 슬퍼

 생각했던 장면에서

 울게 되었다

 

 그런 장면은 이제 슬프다 그러나 어떤 장면은 여전히 슬퍼하지 못한다

 

 누군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은

 미안한 마음만

 

 이런 삶을 나누고 싶지는 않다

 어디에서든 삶은

 

 포기하고 싶다면

 

 나는 너를 잊었다 나는 너를 잊었다

 중얼거리다가

 잊었다고도 말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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