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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호 - 새들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홍지호 시집, 문학동네

 

 

 세 마리의 새가 갑자기 날아간다. 나무 밑에 앉아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놀라게 했을지 생각하다. 한 마리는 남아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상한 짐작. 짐작은 언제나 짐작이면 좋을 것 같았다. 날아가버린 세 마리의 새를 시선으로 따라가다가 하늘을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하늘은 언제나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새들이 날아간 이유도 나로서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 마리의 새. 세 마리의. 여전히 새의 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짝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는데. 새들은 어느 방향으로 갔을까. 아무리 놀라도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는 세 마리의 새. 연대가 새들의 방향.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누군가 말을 해준다는 것을 믿는다. 새는 새를 낳는다. 인간은 여자가 낳는다. 나는 새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의 방향은 하늘이 아니다.

 

 한 마리의 새는 방향이 달랐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세 마리의 새는 한 마리의 새에 관해 평생 이야기할 것이다. 한 마리의 새는 세 마리의 새와 그들의 방향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서로를 향해 날아가지 않을 것이다. 방향이 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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