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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 매달린 것들은 다

 

밀크북_2 세상의 모든 최대화, One color | One Size@1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 황유원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4)[ 양장 ] 예언자, 민음사 일러스트 모비 딕 슬픔은 날개 달린 것:맥스 포터 장편소설, 문학동네

 

 

 가중기 끝에 매달린 한 점 불빛에 반하는 저녁이네

 

 가로등 끝에 매달린 둥근 불빛은 분 단위로 커져 가고

 두껍게 잠든 코트 속엔 꽉 쥔 주먹만 한

 심장만이 켜져 있는 저녁

 

 그녀는 상습범이었어

 무슨 다른 뜻이 있어 담배를 빌린 건 아니었지

 라이터는 있어요, 라니......

 그래도 불은 모처럼의 의견 일치라도 되는 양

 각자 제자리에서 펄럭이고 있었고

 

 혼자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사람들

 저마다 담배 끝 불빛처럼 난간에 매달려 있는

 이미 저녁이라 부르기엔 너무

 어두운 풍경

 

 쳐다보는 것도 매달리는 거겠지

 끝내 손 놓아 버리고 

 우수수

 

 떨어지기도

 

 떨어지는 네 고개를 내 실낱같은 눈빛으로

 끝까지 붙잡아 줄게

 

 그래 봤자 떨어지고 말겠지만,

 

 매달린 것들 죄다 아름답네

 난간에 매달려 노니는 새들도

 바람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여기서

 저기까지 한번 날아가 보고 있는 새들도

 산꼭대기 타워 끝에 매달려 야간 비행 중인 거대한 쇠붙이에게 말을 거는 한 점 붉은 불빛도

 모두모두

 하나도 빠짐없이

 

 나는 손을 내밀어 타워의 끝을 내 쪽으로 구부려 준 다음

 불빛의 목을

 베어 주고 싶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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