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황유원 - halo

 

밀크북_2 세상의 모든 최대화, One color | One Size@1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 황유원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4)[ 양장 ] 예언자, 민음사 일러스트 모비 딕 슬픔은 날개 달린 것:맥스 포터 장편소설, 문학동네

 

 

 그것은 하나의 침몰이다

 

 아침에 날기 시작해 저녁 무렵 진화한 새들이 하나둘

 떨어질 때 일어나는 세계의 변형이자

 밤부터 얼기 시작해 새벽 무렵 정점을 찍은 투명함이 긴장을

 

 놓아 버리자마자 엎질러지는

 

 물바다, 거대한 선박이 항해할 때 동반되는

 소리의 커다란 모호함이다

 

 덜 녹은 얼음들이 뜬 채로 밤 지새우는 동안 녹이 슨

 면도날, 거울의 절벽에 매달린 채 점점 둥글어져 가는

 핏방울, 그저 그런 선상 파티에 참가할 때

 배에서 내리면 발 디딜 곳 하나 없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 한복판이 대서양처럼

 새하얘짐이다

 

 어쩌면, 하나의 탄생이다 의지와는 상관없는

 

 웅장하고 불안한 선박의 노골적인 엔진 소리 같은

 

 그것은 고문에 가까운 하나의 이미지, 제 발로 살아 움직이는 고래들처럼

 물속에 물을 토하며 거대해진다

 포악하게, 악착같이, 굴착기처럼 파고드는

 물속에서만 본색을 드러내는 웅장한 소리

 혹은 백상아리의 피부를 쓰다듬는 물결들의 환희이거나

 이빨에 물어 뜯겨 너덜거리는 살들의 춤

 얼음을 깨며 쇄빙선은 싱싱해지고

 

 눈 속에 구명보트 같은 눈빛 숨기고 얼어 가는

 생선들은 선박의 마음을 이해하느라 더욱 단단해져 간다

 그것은 하나의 무너짐,

 깨진 얼음들이 살 위로 쏟아져 흰 빛 아래 방치됨이고

 

 밤은 물컵처럼 시원해진다  

 희미하게 전진하며 나의 흰 배가 너의 흰 배 위에 가닿듯

 그것은 밤새 퇴고하는 손이 그리는 궤적의 탁월함

 

 닻을 내리고 쉴 것이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유원 - 밤의 황량한 목록들  (0) 2020.11.22
황유원 - 항구의 겨울  (0) 2020.11.22
황유원 - 논스톱 투 브라질  (0) 2020.11.22
황유원 - 매달린 것들은 다  (0) 2020.11.22
황유원 - 인벤션  (0) 2020.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