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또 시벨리우스를 풀어 놓았나 등 푸른 생선같이 차가운 하늘
떨리는 손 숨기기 위해
손의 멱살을 쥐어 본 적 있습니까
손톱자국 네 개 희미하게 남아
손에게 미안해지는 저녁
북극해는 오늘 아침 심한 배신을 당해
노을 닿는 곳마다 맑은 핏물은 우러나오고
잠이 오지 않을 땐 베개 속에 낮에 주워 모은 철새의 깃털을 넣어 줘 보지만
그것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감기약 캡슐처럼 감정은 여러 종류
채 다 번역하지 못한 낮은 잘 씻긴 유리 재떨이에 기대어 주는 요즘
감기 기운 너머로 담뱃갑 속 빼곡한 천사들처럼
새들의 흰 날개는 펄럭이고
주르륵 늘어진 실밥을 당기면
툭,
하고 단추가 떨어지듯
또 해는 지고
꿈이 너무 찰 땐 베개 속에 작년 봄에 주워 모은 목련을 넣어 줘 보지만
그것은 어디론가 안전하게 추락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을 때 베개를 뜯어 보면 속에는 죽은 새들의 물컹한 내장
(그건 그저 고깃덩어리고)
꿈이 너무 안락할 때 베개를 뜯어 보면 속에는 꽃잎 속에 들어갔다 갇혀 버린 벌레들의 세계
(흔해 빠졌어, 너 같은 거)
누가 또 시벨리우스를 다 잡아들였나 더 이상 싱싱하지 않은 하늘
투명한 기침 소리를 믿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니?
라고 누가 말할 땐 굳이 콜록거리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다짐하는 것도
희미해진 시벨리우스 냄새 속에서 밤새 바느질을 해보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되는 요즘
진한 피 맛을 볼 때까지 하늘을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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