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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 북유럽 환상곡

 

밀크북_2 세상의 모든 최대화, One color | One Size@1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 황유원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4)[ 양장 ] 예언자, 민음사 일러스트 모비 딕 슬픔은 날개 달린 것:맥스 포터 장편소설, 문학동네

 

 

 누가 또 시벨리우스를 풀어 놓았나 등 푸른 생선같이 차가운 하늘

 

 떨리는 손 숨기기 위해

 손의 멱살을 쥐어 본 적 있습니까

 손톱자국 네 개 희미하게 남아

 손에게 미안해지는 저녁

 

 북극해는 오늘 아침 심한 배신을 당해

 노을 닿는 곳마다 맑은 핏물은 우러나오고

 

 잠이 오지 않을 땐 베개 속에 낮에 주워 모은 철새의 깃털을 넣어 줘 보지만

 그것은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만

 

 감기약 캡슐처럼 감정은 여러 종류

 채 다 번역하지 못한 낮은 잘 씻긴 유리 재떨이에 기대어 주는 요즘

 감기 기운 너머로 담뱃갑 속 빼곡한 천사들처럼 

 새들의 흰 날개는 펄럭이고

 

 주르륵 늘어진 실밥을 당기면

 툭, 

 하고 단추가 떨어지듯

 또 해는 지고

 

 꿈이 너무 찰 땐 베개 속에 작년 봄에 주워 모은 목련을 넣어 줘 보지만

 그것은 어디론가 안전하게 추락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래도 잠이 오지 않을 때 베개를 뜯어 보면 속에는 죽은 새들의 물컹한 내장

 (그건 그저 고깃덩어리고)

 꿈이 너무 안락할 때 베개를 뜯어 보면 속에는 꽃잎 속에 들어갔다 갇혀 버린 벌레들의 세계

 (흔해 빠졌어, 너 같은 거)

 

 누가 또 시벨리우스를 다 잡아들였나 더 이상 싱싱하지 않은 하늘

 

 투명한 기침 소리를 믿는 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니?

 라고 누가 말할 땐 굳이 콜록거리지 않아도 괜찮아

 라고 다짐하는 것도

 희미해진 시벨리우스 냄새 속에서 밤새 바느질을 해보는 것도

 조금은 도움이 되는 요즘

 

 진한 피 맛을 볼 때까지 하늘을 사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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