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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원 - 루마니아 풍습

 

밀크북_2 세상의 모든 최대화, One color | One Size@1 이 왕관이 나는 마음에 드네 - 황유원 시집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14)[ 양장 ] 예언자, 민음사 일러스트 모비 딕 슬픔은 날개 달린 것:맥스 포터 장편소설, 문학동네

 

 

 루마니아 사람들은 죽기 전 누군가에게

 이불과 베개와 담요를 물려준다고 한다

 골고루 밴 살냄새로 푹 익어 가는 침구류

 단단히 개어 놓고 조금 울다가

 그대로 간다는 풍습

 

 죽은 이의 침구류를 물려받은 사람은

 팔자에 없던 불면까지 물려받게 된다고 한다

 꼭 루마니아 사람이 아니더라도

 죽은 이가 꾸다 버리고 간 꿈 냄샐 맡다 보면

 너무 커져 버린 이불을, 이내 감당할 수 없는 밤은 오고

 이불 속에 불러들일 사람을 찾아 낯선 꿈 언저리를

 간절히 떠돌게 된다는 소문

 

 누구나 다 전생을 후생에

 물려주고 가는 것이다, 물려줘선 안 될 것까지

 그러므로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먼저 이불 속에 묻히고 

 

 이제는 몇 사람이나 품었을지 모를

 거의 사람의 냄새 풍기기 시작한 침구류를 가만히 쓰다듬다가

 혼자서 이불을 덮고 잠드는 사람의 어둠

 그걸 모두들 물려받는다고 한다

 언제부터 시작된 풍습인지

 그걸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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