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이면 한 사람의 내가 시를 쓰는 것이다 한 사람의 내가 말을 걸고 사물은 밖에 있다 내 손은 문밖에도 있다
한 사람의 내가 시를 쓰는 동안 문밖에는 몇 개의 렌즈가 더 있을까 우산은 내가 있고 한 사람의 내가 있고 그가 쓰는 또 몇 개의 렌즈가 즐겨 읽을까, 이걸
시가 아니래도 좋다 온몸이 동공이거나 눈물이라도 좋다 어제는 나를 공격했던 말들이 여기까지 들어왔다 문을 열고는 안에 누구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온몸이 동공이거나 눈물인데도 누구는 있다고 한 사람의 내가 방금 막 썼다
어제는 나를 공격했던 말들이 오늘은 나를 공격하게 만든다 도마 위에 있을 때 생선은 더 잘 보인다 바다에 있거나 민물에 있어야 할 그 몸이 이제는 도마에서 익숙한 포즈를 취하고 있을 때, 고기는 죽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물고기가 울었다 이전에는 뱀이 울었다, 라고 썼다 성대와 울대 사이에는 또 한 가지 손이 있다 눈이 있으면 보라 뺨 맞고 우는 사람의 손을, 그 손이 또 누구의 뺨을 향해 뻗어가는가를
숙련자의 손이라면 어루만지듯이 때린다 여기서 보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폭력을 감시하는 폭력은 언제나 한 박자가 늦다 가령, 잠깐 손을 얹었는데 내가 아이를 때리고 있었다거나 미안해서 고개를 숙였는데 내가 벽돌을 집어 들고 있었다거나 그도 아니면 이상해서 돌아보니 아까 그 머리채가 질질 끌려왔다는 식으로
문밖에서 문을 기다리는 것처럼 한 사람의 내가 사물을 본다 렌즈는 이다음에 갈아 끼워도 늦지는 않다 렌즈를 갈아 끼우는 렌즈
퐁주는 그때가 일요일쯤이라고 했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인찬 - 새로운 경험 (0) | 2021.08.04 |
---|---|
김언 - 어느 갈비뼈 식물의 보고서 (0) | 2021.07.29 |
김언 - 홀 (0) | 2021.07.13 |
김언 - 장례식 주변 (0) | 2021.07.13 |
김언 - 유령-되기 (0) | 2021.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