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기 위해서 증오를 한다. 관에서 깨어난 말은 나무 밑에서 뒹굴다가 발가락을 타고 올라온다. 발목은 짧고 내 발가락은 길다. 무척이나 수줍어하던 한 소녀의 발목에서 웃음이 보이거든 기다리지 말고 입을 맞춰라. 잊기 위해서 증오를 한다. 모든 것이 공기로 변하는 상공에서 겨우 십 센티미터 높이의 발가락과 정신이 여기 있다. 내가 비행사라면 너는 광부가 아니다. 내가 돌이고 불덩이라면 너는 석탄이고 재가 아니다. 가만히 서서 불타는 별을 본 적이 있는가 물어보면 여기 있다 대답하는 네가 있어 무서운가. 우습지 않은가. 겨우 붙어사는 것들이 대지에 있고 발바닥에는 없고 발뒤꿈치에 따라붙는 짐승의 울음. 잊기 위해서 장례식 주변에 사람들은 모여 있다. 죄악과 장작더미 속에서 저마다 침울한 방식으로 산 자와 남은 자의 충돌을 축하한다. 너는 누워서 나는 느긋하게 죽음을 계산해보는 것이었다. 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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