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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 - 신기루

 

[문학과지성사]거인 - 문학과지성 시인선 R 17, 문학과지성사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한 문장:김언 시집, 문학과지성사 소설을 쓰자, 민음사

 

 

 당신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한숨 때문에 굴뚝은 올라간다. 그렇지 않으면 숨이 막혀버릴 당신 때문에 또 지하실을 마련해두었다. 그곳에서 사라지는 자들의 한숨이 짙은 담배 연기를 만들어낸다. 건물은 올라가면서 자주 허물어지지만 폭격 맞은 뒤에도 옥상은 불안하게 서 있다. 누군가를 향해서 머리카락은 자란다. 날이 흐려서 그림자가 밟히는 줄도 모르고 걷는 사람들 틈에 건물이 서 있다. 감금당한 건물, 처형당한 건물, 연기로 사라져버린 건물, 남아서 비 맞고 있는 건물의 얼룩진 역사를 뭐라고 부를까. 입에서 가스 냄새가 올라왔다. 당신은 모든 사건을 감당할 수 없지만 입은 자유롭고 손목은 곧바로 연기로 변할 자세다. 그 목소리가 덩치를 알 수 없는 소문을 만들어낸다. 수십만 개의 집 앞으로 사건을 배달하고 수백만 개의 심장에서 동시에 불이 켜질 때 연기는 겨우 하나의 주장을 완성하고 입을 다문다. 그들이 다시 입을 열 때 당신은 공포와 한숨이 뒤섞인 어떤 장소를 방문한다. 여기 사라지고 없는 당신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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