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저녁이 되면 황량한 갈색으로 물들고,
공기에는 잿빛 악취가 스며든다.
기차가 아치교를 건너면서 내는 천둥소리 -
참새들은 덤불과 울타리를 넘나들며 파닥거린다.
몸을 웅크린 오두막들, 어지러이 흩어진 길들,
공원에는 뒤죽박죽의 움직임,
먹먹한 흥분 속에서 가끔씩 비명이 흘러나오고
아이들의 무리 속을 날아가는 빨간색 드레스.
쓰레기 더미에서 사랑에 빠져 찍찍대는 들쥐의 합창.
바구니에 내장을 담고 걷는 여인네들,
온통 비루먹은 두려움, 역겨운 행렬이 되어,
황혼 밖으로 모습을 서서히 드러낸다.
그리고 하수가 하나가 갑자기 걸쭉하게 토해내는
도살장의 피가 조용한 강물 위로 떨어진다.
푄 바람이 듬성듬성 난 여러해살이풀에 색을 칠해주고
붉음은 천천히 물결을 따라서 기어간다
혼탁한 수면 아래에서 익사하는 작은 속삭임.
수로에서 튀어나와 춤추는 형상들,
어쩌면 전생의 기억이 남아 있어,
따뜻한 바람과 함께 오르내리는 것인가.
크고 빛나는 길이 구름 아래로 떨어지니,
예쁜 마차들로, 대담한 기수들로 가득하다.
이제 절벽에 좌초한 배 한 척이 눈에 띄고
이따금씩 나타나는, 장밋빛 모스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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