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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손톱 바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손톱이 끝까지 자라는 세계를

 나의 가장 먼 곳에서 기다렸다.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캄캄한 하수도라든가 또

 먼바다에서.

 

 나는 자주 신념을 잃어버렸다.

 열 개의 사례들 가운데 꼭

 모자라는 것이 있었다. 말하자면

 다 가리킬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듯이

 꼭 찾아낼 것이 있다는 듯이

 

 나는 손톱을 기르고 또

 길렀다.

 나를 중지하고

 적이 완성될 때까지

 길고 구불구불하여

 뾰족할 때까지

 

 너무 환한 곳에서 드디어

 툭,

 까마득한 어둠을 향해 떨어지는 것이 그의 운명.

 할퀴고 싶은,

 핥고 싶은,

 그것은 먼바다의 해일이 시작되는 순간.

 

 그가 막 외로운 밤바다에 도착하였다.

 잘 손질된 생선과

 음료수의 가까운 곳에.

 그곳에서 태어나 영원히 출렁이는

 검은 수평선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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