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개에게 하루에 밥을 두 번 주기로 마음먹었다 K씨는 자는 동안 잊어버린 일들을 다시 되새기는 데 아침 삼십 분 정도를 할애한다 어제는 큰 나방이 들어와 커튼을 기어 다녔다 세면대에 피톨만 한 벌레들이 두세 마리 빙빙 한 자리에서 돌고 있었다 오줌 싸고 나서 보면 우로 한 뼘 이동해 있다 물을 한 바가지 받아서 세면대에 붓는다 K씨는 포기하지 말자, 중얼거린다 구멍 난 팬티는 총 세 개다 이것이 소설 같고 일기 같고 또 생과 같다면, 그래도, 고전적인 인과를 받아들이기 위해 K씨는 되새김질이 필요하다 큰 것과 작은 것에 대한 고찰이, K씨의 전부인데 집에만 돌아오면 자꾸 구멍 난 팬티가 늘어나는 것이다 K씨는 하루의 일과를 최대한, 최대한 수용하려고 하고, 울면서 레이스를 하나하나 비누칠하는데 그러다 잘 시간이고 내일은 비누칠하면서 울었던 일을 복기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누우면 평온해져 이불의 한 뼘 정도는 개에게 양보하고 K씨는 중얼거린다 귀여운 개는 하루에 밥을 두 번 주지 않으면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