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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20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양방향:김유림 시집, 민음사

 

 

 그녀는 무릎을 주무르고 있다. 케이크 두 조각을 포장했지만 이미 케이크 두 조각을 포장했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기다리는 누군가가 올 것처럼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녀는 상체까지도 흔들릴 만큼 힘 있게 무릎을 주무르고 무릎을 주무르는 움직임에 상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녀의 무릎이 실제로 통증을 유발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녀는 스카프를 두르고 격자무늬 유리창을 향한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유리창 옆에 의자가 하나 있고 그 의자는 편해 보인다 사람이 앉아서 스카프를 두르고 있다 어떤 사실은 드러내고 어떤 사실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림 하나를 수십 억에 파는 유명 화가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상체는 조금씩 흔들리고 그러나 벽시계처럼 규칙적이지도 않고 그러나 엄숙하지도 않다 곧 일어나 사라질 것처럼 몸을 앞뒤로 흔들고 풍경의 일부를 구성하지도 못한 채 동동 떠다니는 환영과 같은 달걀을 떠오르게 했으나 동시에 그 달걀을 부수는 돌 또한 떠오르게 했다. 해는 뚝 떨어져버렸다. 음험한 날씨는 끝나버렸다. 그녀는 주인에게 홍시를 받아서 먹는다. 장면은 여기와 선뜻 어울리지 않지만 그녀 자신은 이미 주인처럼 보인다. 이미 주인이다. 나는 씁니다. 내 생각에 그녀는 예순이 넘었지만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바람에 어디로든 가야 하는 화백이다 상상으로라도 상상의 슬픔을 그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릴 수 없는 슬픔은 약간의 슬픔을 느끼게 해 반동을 이용해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날 때 나는 시선을 떨구고 만다. 떨군 시선 아래에도 여전히 더 떨어질 바닥이 있었고 거기 조화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생화일 수도 있는 히아신스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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