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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햄릿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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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상자에는

 햄릿구멍이

 햄릿의 놀란 입처럼 동그랗게 뚫려 있습니다

 

 밤입니다

 

 경복궁 앞입니다

 

 동그랗게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진지하고 동그랗게

 구멍에 손을 넣어봅니다

 

 봄입니다

 

 21세기입니다

 

 동그랗게

 바야흐로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초라하고 동그랗게

 나는 겁이 납니다

 

 기호 0과 기호 1

 경우의 수에 시달리며

 햄릿의 들끓는 내면을 조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캡사이신을 피해 한 손으로는 머리를 감싸고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 있지 않을 것인가

 양자택일을 반복하다 혼자 남게 될 것 같습니다

 

 한 손에는 그런 것이 만져지는 중입니다

 

 그대로 주먹을 불끈 쥐고

 감자를 먹이고 싶다가

 쌀밥을 먹일까

 보리밥을 먹일까

 햄릿의 고독한 허기가 당혹스러워지는 자리입니다

 

 목에 칼을 쓰고 있어서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 심정의

 시대착오적 노천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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