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춧구멍을 샀다.
매점의 밤을 지나. 나는 닫힌 매점에서. 환형동물로 돌아가는 입구를 찾아 헤매고 있었던 것 같다.
환골탈태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공원을. 골목을. 전당포를. 만물이 넘치는 백화점을 돌아다녔던 것 같다.
발을 밟히고 비틀거렸던 것 같다.
폭우가 쏟아지는 저지대의 맨홀 뚜껑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교회에 가서. 말하자면 교회에 가서. 기도를 했던 것 같다. 바라면 이루어지나니. 두드리면 열리나니.
자판기를 쾅쾅 두드렸던 것 같다.
단춧구멍이 나왔던 것 같다.
단추만도 못한 것.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지만. 됐다. 공짜가 아니다. 외상을 긋고 산 겁니다. 됐다. 이것은 단추가 아니다. 단춧구멍이다. 됐다. 이제 된 것이다.
단춧구멍으로 땀이 쏟아진다. 동그란 감격. 동그란 얼룩.
단춧구멍으로 숨이 찬다. 동그란 호흡. 동그란 여름.
단춧구멍으로 눈물이 난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손가락. 매점의 습한 밤을 지나. 나는 닫힌 매점에서.
단춧구멍으로 코피를 흘리며
단춧구멍으로 꿈틀거리며
무슨 수로 외상을 갚나 간계에 빠진 것이면 어쩌나
나는 동그란 수심에 젖고 있는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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