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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욱 - 어디까지 어디부터

 

무족영원:신해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Syzygy:신해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간결한 배치, 민음사 일인용 책:신해욱 산문집, 봄날의책 해몽전파사 신해욱 소설 양장본 생물성, 문학과지성사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옥광산을 지나

 생태계를 넘어

 

 늦었지 이미. 늦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 같이 창씨개명을 하고

 각자의 부동산을 짊어지고

 

 우리는 마치 기하급수를 하는 듯이

 천근만근을 하는 듯이

 

 멀었지 아직. 먼 것이다. 그렇지만. 개미지옥에서 아직도 멀어지려는 듯이

 

 누가 밟은 것이 무엇이어서

 어디까지 무너지겠다는 듯이 

 

 저절로 열리는 문과

 

 저절로 닫히는 문과

 

 저기에 저렇게 있는

 묘목들의 연약한 그림자

 

 저기에 또 저렇게 있는

 누적된 사물들의 단단함

 

 누가 버린 것이 무엇이어서

 어디까지 사로잡히려는 듯이

 

 구전되어오는 자연수와

 

 무지개의 초월곡선과

 

 누군가의 손가락을 빠져나간

 어딘가의 모래와 예감의 간지러움과

 

 열과 오를 맞추어

 무소속을 유지하며 한 칸씩

 

 지구는 둥글고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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