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옥광산을 지나
생태계를 넘어
늦었지 이미. 늦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 같이 창씨개명을 하고
각자의 부동산을 짊어지고
우리는 마치 기하급수를 하는 듯이
천근만근을 하는 듯이
멀었지 아직. 먼 것이다. 그렇지만. 개미지옥에서 아직도 멀어지려는 듯이
누가 밟은 것이 무엇이어서
어디까지 무너지겠다는 듯이
저절로 열리는 문과
저절로 닫히는 문과
저기에 저렇게 있는
묘목들의 연약한 그림자
저기에 또 저렇게 있는
누적된 사물들의 단단함
누가 버린 것이 무엇이어서
어디까지 사로잡히려는 듯이
구전되어오는 자연수와
무지개의 초월곡선과
누군가의 손가락을 빠져나간
어딘가의 모래와 예감의 간지러움과
열과 오를 맞추어
무소속을 유지하며 한 칸씩
지구는 둥글고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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