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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14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양방향:김유림 시집, 민음사

 

 

 몽이는 여기 있다. 슬픈 몽이가 여기 있다. 나도 다 안다. 다 아는 이야기를 써야 해서 슬픈 몽이가 여기 있다. 슬픈 이야기가 슬프지 않아지려고 한다. 문장을 궁굴리며 작아지는 몽이가 여기 있다. 나는 그녀를 위해서 뭔가를 적어보고 싶지만 여긴 그런 장소가 아니다. 여긴 집이다. 집에서 몽이의 슬픔이 작아져 내 발을 핥고 있다. 그래 작은 마음은 한 마리 강아지가 되어 내 발을 핥는다. 몽이는 달리 몽이인 것이 아니고 작은 망아지 같아서 몽이이다. 그녀의 슬픔이 구르면서 여기까지 왔지만 그녀는 이제 몽이일 뿐. 슬픔도 몽이일 뿐. 몽이일 뿐. 몽이는 작은 강아지다. 소심한 강아지다. 이제 막 어른이 되었다. 몽이도 다 안다. 몽이가 집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안다. 안녕 인사하자. 몽이와 몽이는 만난 적이 없고 나와 몽이는 만난 적이 있다. 이렇게 서로 다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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