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영주 - 여름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이영주 시집, 문학과지성사 108번째 사내 : 개정판 언니에게:이영주 시집, 민음사 차가운 사탕들, 문학과지성사

 

 

 악천후 속에 있다. 엄마는 찬물로 쌀을 씻었다. 우는 것은 쉽다. 엄마는 양파를 썰며 말했다. 악천후 속에서 우는 일같이, 쉬운 일은 하지 마. 엄마는 국을 끓였다. 모든 폭풍이 이 작은 집 안으로 모여들었다. 나는 물을 쏟았다. 창밖에서 목이 긴 나무가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몹시 흔들렸다. 나는 물속에 엎드린 채 영원을 둘러싼 기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식탁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물이 흘렀다. 악천후 같은 영원은 이번 삶에서 끝나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길게 땋은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영주 - 낭만적인 자리  (0) 2021.05.23
이영주 - 열대야  (0) 2021.05.23
이영주 - 무한  (0) 2021.05.22
이영주 - 우물의 시간  (0) 2021.05.22
이영주 - 해바라기  (0) 2021.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