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죽을 쑤는 사람이 있다
죽은 이후에도 속이 너무 아파서
죽을 먹어야겠어
여러 가지 병에서 단 한 가지 병으로 옮겨가는 중인데
자꾸만 투명해지는 손으로 무언가를 쓰고 싶은 밤이다 그런데
엄마
라고 써놓고
검은 깨죽을 쑤는 뒷모습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사라져가는 이 느낌은 뭐지 점점 뭉툭해지는 이물감은
햇빛 때문인가 아닌가
나는 이미 죽었지만
공복에 속이 너무 아파서
엄마는 죽은 시간을 넘어가 혼자서 죽을 쑨다
아무것도 쓸 수 없어
어떻게 죽을 먹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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