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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 - 아침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이영주 시집, 문학과지성사 108번째 사내 : 개정판 언니에게:이영주 시집, 민음사 차가운 사탕들, 문학과지성사

 

 

 혼자서 죽을 쑤는 사람이 있다

 

 죽은 이후에도 속이 너무 아파서

 

 죽을 먹어야겠어

 

 여러 가지 병에서 단 한 가지 병으로 옮겨가는 중인데

 

 자꾸만 투명해지는 손으로 무언가를 쓰고 싶은 밤이다 그런데

 

 엄마

 

 라고 써놓고

 

 검은 깨죽을 쑤는 뒷모습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손가락이 사라져가는 이 느낌은 뭐지 점점 뭉툭해지는 이물감은

 

 햇빛 때문인가 아닌가

 

 나는 이미 죽었지만

 

 공복에 속이 너무 아파서

 

 엄마는 죽은 시간을 넘어가 혼자서 죽을 쑨다

 

 아무것도 쓸 수 없어

 

 어떻게 죽을 먹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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