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을 잡고 해변을 걸었다
그날 밤
꿈속에서 평등하게 죽음을 나눠 가졌지
엄마의 딱딱한 손
그 손을 잡고 말았는데
이것은 아무래도 복잡한 꿈이었는데
순서 없이 뒤섞여버린 현실이었는데
내가 죽은 건지
엄마가 죽은 건지
먼저 떠난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백발이 덮어버린 이마를 쓸어 넘기다가
나는 어딘가 아파서 점점 어두운 표정을 갖게 되었지
엄마, 엄마는 어느 샌가
무너져 내리며 투명한 얼굴로 걸어가고
손을 앞으로, 앞으로만 내밀고
나는 그 손을 잡으려고 아주 오랫동안 수평선을 걸어왔지
우리는 나란히 걷다가
비 내리는 꿈속에서 서로를 마주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뒤돌아선 엄마의
유리알 같은 모래들이 파도에 휩쓸리는
마지막 기후
우리는 순서 없이 섞여버린
따뜻한 물이 스며드는 삶 안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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