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이제 눈을 감고도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됐어
대단한 대부분은
대부분이라서 일반적인 걸까 우리는 점차 부끄럽고 굉장해지는 축적을 통해
까마득해지는 장벽
에 등을 기대본다 뜨겁네, 오랫동안 여름에 노출돼 있었으니까 기록은?
여름의 온도 그래프를 그었던,
(이 온도에서 울었니? 묻고 싶었지만 참아냈다)
덥네
응, 된장국이 끓고 있나봐 아름답고 뜨거운 냄새다 무사한 냄새 같은, 냄새다
우리를 굴러 내려왔던 무수한 복숭아들은
탐욕이었을까 관성이었을까 그런데
정말 그것들이 모두 실패였을까? 무사하잖아 (무사한 걸까)
무릎과 허리가, 허리와 목이, 목과 슬픔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자각한다 굉장하다
굴곡마다 땀이 흐른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한계였으면 해서
선을 긋는다 촘촘히, 다시 계단이잖아 어쩔 수 없으니까 얼마나 더
까마득해지려나
슬프냐
(네가 늙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 내가 늙어가는 걸 보여줘도 될까) 뭐,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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