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이 가드레일을 박기 직전에 화면이 멈춘다
그런 다음 운전자와 옆에 앉아 있던 아내가
물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소식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올리면
몸이 사라졌다는 착각이 든다
하늘을 볼 때마다 구름은 매번 다른 속도로 떠다닌다
너무 빠르면 붙잡고 싶고 너무 가만히 있으면 밀어 주고 싶다
정류장에서 죽은 개가 찢어진 박스를 덮고 있다
달려오는 버스가 순간 경적을 울리고
함부로 길을 건너고 있는 사람은 빛에 휩싸인다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는 코에 호스를 꽂고 있고
가슴이 축 처진 채 팔과 다리를 그만 땅에 묻으려는지
뼈는 아무래도 부러지기 좋은 모양으로 생겼고
가위에 눌려 어떤 목소리가 자꾸 귓가에 맴돌 땐
손가락부터 천천히 움직이다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몸을 돌려 바닥으로 떨어진다
눈부신 태양 속에서
잠자리의 날개를 잡았더니
날아가기를 포기한 모습으로 붙들려 있다
그래도 놓아주어야 하는 것은, 그냥 놓아주자
그곳에선 안전하기를
뒤에서 바라봐 주자
나는 이 장면을 영원히 간직하거나
지워 버릴 수도 있지만
다시 눈을 뜨고 끝까지 다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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