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돌에 묻은 흙을 턴다
모래가 바람에 날린다
돌을 만지작거리다가
그것을
아빠에게 건넨다
아빠는 고개를 젓는다
돌을 놓친다
아이는 작은 무릎을 감싸며
몸을 동그랗게 만다
떨어뜨린 돌 주위에
모래 알갱이들이 사방에 퍼져 있다
깨진 돌 하나가 밀려오는 물을 받아
축축해진다
아이는 깨진 돌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그것을
다시 아빠에게 건넨다
손바닥에 놓인 돌이 반짝인다
이건 주는 게 아니란다
딱딱하고
깨졌고
더럽잖니
얼른 그것을
버려
아빠는 아이의 손을 내치고
해변을 빠져나간다
수평선 위에 노을이 걸터앉는다
해안선이 멀어지고
바다는 수많은 돌들을 바닥까지 끌어당긴다
깊은 곳에서 들리는 목소리
아이가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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